[취재수첩] 기술은 좋지만 제품화 못 하는 韓 스타트업

입력 2024-01-12 17:56   수정 2024-01-13 00:30

“설립 이듬해부터 수익을 냈습니다. 올해 7년 차인데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없죠.”

세계 최대 IT·가전쇼 ‘CES 2024’에서 만난 중국 로봇 청소기 업체 드림이노베이션테크놀로지 관계자의 말이다. 모터 기술이 강점인 이 회사는 샤오미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로봇 청소기를 납품한다. 자체 브랜드를 단 제품임에도 납품가가 1600달러(약 200만원)에 달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콘셉트 로봇을 공개하면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전 세계 4000여 개 기업이 참가한 CES에서 ‘기술 속도전’을 벌이는 중국 벤처·스타트업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번 돈으로 인공지능(AI)·로봇 등 첨단기술 개발에 나선 결과다. 뒤처졌던 일본 스타트업도 몰라보게 변했다. 축적된 소재 기술력 덕이다. 섬유기업 윌텍스는 CES에서 특수섬유를 넣은 휴대용 전자레인지 가방을 선보였고, 음향 기술 전문회사 픽시더스트테크놀로지는 흡음재를 부착한 친환경 타일을 들고나왔다.

한국은 700개가 넘는 벤처·스타트업이 참가해 121개사가 혁신상을 받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숫자로 보여지는 성과 이면엔 위기감이 팽배하다. 제품을 팔려고 나선 해외 스타트업과 달리 한국 업체들은 5년 차가 넘어가도 기술력을 자랑하는 데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만 좋으면 벤처투자자가 줄을 섰던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 매출 기반 성장을 못 하면 기업의 운명은 거기까지다. 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은 “지금은 창업가의 덕목으로 기술력보다 사업화 역량이 중요한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업 모델 점검도 시급하다. 모바일 앱과 소프트웨어에 치중해온 국내 스타트업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AI라는 거대한 변화가 밀려오며 기존 판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한국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중국에 밀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은 정부의 AI 육성책과 함께 기술을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이 존재해 스타트업의 압축 성장이 가능하다.

국내 스타트업이 큰 기업으로 성장한 적이 있었던가. 14년 전 미국 자본으로 시작한 쿠팡을 겨우 꼽을 정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각종 공공기관은 초기 스타트업 지원에 열을 올리지만 이들이 판로를 개척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다.

글로벌 혁신 기업이 줄줄이 나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지원책이 아니다. 규제 장벽을 낮춰 야생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은 스타트업 각자의 몫이다. 내년 CES에서는 보다 ‘터프한’ 국내 스타트업이 더 많이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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